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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fsppio 2024. 1. 17. 16:00


혹시 알고 있는지?지금쯤 은하계 저편을 날고 있을 지도 모를 외계 생명체 탐사선 파이오니어 2호에는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이 실려있다고 한다. 가장 수학적으로 만들어진 곡이라 수학을 이해하는 외계 종족을 만나면 우리가 어느 정도의 문명을 지니고 있는지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란다.때로 작품은 작가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는다. 이런 것을 보고 있으면 어째 경이롭다. 윌리엄 포크너의 말대로 자신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고 싶으면 작가가 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바하의 이름은 설령 이 지구가 멸망한다하더라도 살아남을 테니까.그 보다는 덜 오래 살아남겠지만 불멸에 관해서라면 셜록 홈즈도 마찬가지다.세상에 나온지 100년도 더 넘었지만 여전히 그가 우리 주위에서 마치 어제 태어난 신상이기라도 하듯 자신의 존재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는 끊임없이 재창조, 재해석되어왔다. 책을 넘어 영화나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으며 이후 바다 속 물고기처럼 수많은 탐정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람들은 홈즈를 최고의 명탐정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장르문학의 만신전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면 현재 홈즈는 분명 드라큘라와 더불어 가장 상석이 주어질 것이다. 그는 프로테우스의 직계 후손이라도 되는 것처럼 늘 모습을 바꿔가며 그만큼 또 풍부하게 늘어난 이야기 보따리를 가지고서 비밀을 간직한 세상에서 느끼는 우리의 원초적인 불안을 없애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셜록 홈즈는 어둔 밤 문득 깨어나 침실에 홀로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갖고 헤매다 다른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버지의 등을 보게 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등이 그동안 느낀 불안과 공포를 잠재우고 다시 안심한 가운데 잠들게 만드는 것처럼 셜록도 우리에게 달콤한 자장가가 되어주니까 말이다. 그는 정말 오래 살아 남을 것이다. 우리가 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갈수록 불안해지기만 하는 세상에서.각설하고, 셜록 홈즈 재단이 셜록의 이야기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허락한 작가인 앤터니 호로비츠의 두 번째 홈즈 이야기가 나왔다. 모리어티의 죽음 이 바로 그것. 제목 그대로 소설은 스위스의 라이엔바흐 폭포에서 벌어진 홈즈와 모리어티의 최후의 대결 이후를 담는다. 하지만 여기에 홈즈는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왓슨도 나오지 않는다. 소설의 화자가 되는 미국 핑커튼 탐정 사무소의 수석 탐정인 프레더릭 체이스가 왓슨의 역할을 맡고 그가 모리어티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마이링겐 경찰서에서 만난 런던 경시청의 애설리 존스가 홈즈의 역할을 이어 받는다. 맞다. 이것은 홈즈의 사후 아직도 사악한 무리가 파도처럼 달려드는 상황에서 그 파도에 세상이 먹히기 전에 물리쳐야 할(p. 156) 사명을 맡은 새로운 콤비의 이야기인 것이다. 홈즈에 의해 악의 대명사로 지명된 모리어티가 죽었어도 악은 여전하다. 이제 악은 미국에서 런던으로 마수를 뻗쳐왔다. 클래런스 데버루가 바로 그 새로운 악한이다. 프레더릭 체이스는 사실 그를 쫓아 스위스까지 왔던 것이다. 데버루가 모리어티가 죽기 전에 만나자는 전갈을 보냈다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체이스 말에 따르면 데버루는 모리어티보다 훨씬 더 잔혹한 방법으로 런던의 범죄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모리어티의 소매 안 쪽에서 수수께끼의 암호문이 발견되고 명석한 추리로 그 의미를 파악한 존스는 이제 체이스와 함께 런던으로 가서 데버루와 대적한다. 모리어티의 죽음 은 셜록 홈즈의 원래 이야기보다 스케일이 클 뿐만아니라 훨씬 더 잔혹하기까지 하다.런던 경시청이 폭발하는가 하면 시체도 초반부터 한 집안의 모든 사람이 잔인하게 몰살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페이지가 거듭될수록 자꾸 쌓여만 간다. 그러다 보니 만일 코넌 도일이 공포의 계곡 후속편을 썼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 말인데 확실히 같은 셜록 홈즈 시리즈라곤 해도 공포의 계곡 은 다른 작품과 달리 좀 이채로운 빛을 띠었다. 다른 작품들이 부르주아적 분위기였다면 공포의 계곡 은 프롤레타리아 분위기가 강했다. 거칠고 선정적이며 잔인했다. 공포의 계곡 에선 셜록 홈즈가 사건에 참여하지 않는데 그것도 아마 코넌 도일 스스로 공포의 계곡 이 그간 형성된 홈즈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뺀 것이 아닐까 싶다. 소설 배경이 미국인 것도 분명 분위기에 잘 어울려서 선택되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영국인의 눈에 미국의 서부는 무법 천지의 야만적 세계로 보였으니까. 모리어티의 죽음 은 그렇게 공포의 계곡 의 적자다.아마도 앤터니 호로비츠는 전작인 실크하우스의 비밀 에서 부르조아적 세계를 다루었기에 이번엔 색깔을 달리하고자 남달랐던 공포의 계곡 세계를 가져온 게 아닐까 싶다. 사실 공포의 계곡 에서 홈즈의 입을 통해 모리어티 교수 의 존재가 처음 등장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 소설에서 왓슨 역을 맡은 체이스가 하필이면 미국 탐정으로 설정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거기다 분명 지금 시대의 모습도 많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 시대에 있어선 공포의 계곡 쪽이 더 보편적인 현실이니까 말이다.소설은 정말 재밌다. 스케일은 커지고 사건은 더욱 선정적으로 되었지만 소설은 블록버스터급 장면 연출에만 덕을 보려 하지 않는다. 초반 암호문 풀이를 비롯하여 홈즈 이야기의 본좌라고 할만한 뛰어난 추리를 통한 미스터리 해결의 재미도 충분히 맛보게 한다는 말이다. 액션과 추리가 릴레이를 하듯 주고 받으며 전개되기 때문에 페이지는 순식간에 넘어간다. 하지만 그게 바로 작가의 교묘한 덫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 소설은 아주 먹음직스런 케이크지만 단번에 집어 삼켜서는 안 된다는 주의사항이 있다. 마지막에 뒤통수를 내리치는 강력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아마도 그 반전의 충격 때문에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진 듯 한동안 먹먹할 지도 모른다. 그런 게 싫다면 매의 눈이 되어야 할 텐데 작가가 워낙 교묘하게 장치해 놓아서 당신이 피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크흑!, 보기 좋게 당했다. 폭탄 운운 하면서 먹먹하다고 한 것은 그 때의 내 기분이었다.장르의 계절인 여름이다.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그저 이 놈의 무더위를 한동안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난 작품이 필요하다면 모리어티의 죽음 은 좋은 선택이 될 듯 하다. 앞서 나는 셜록의 이야기를 달콤한 자장가에 비유했는데 이 소설이 꼭 그렇다. 후덥지근하고 도저한 이 세상에서 우리를 뚝 떼어서는 상상의 세계 속에 깊이 잠기게 한다. 너무도 피로하기만 한 이 세상,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좋지 않을까? 어쨌든 누구나 숨 쉴 구멍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니까.앗! 깜빡 빠뜨려 얘기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셜록 홈즈의 원래 이야기인 빨간 머리 클럽 에서 재치있고 기발한 범죄 아이디어를 보여준 존 클레이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사실 그 이야기를 읽을 때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아무래도 앤터니 호로비츠 역시 존 클레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토록 생생하게 되살리지 못했을 테니까. 그래서 더욱 소설이 마음에 들었다.
아서 코난 도일 재단에서 공식 출간하는 새로운 셜록 홈즈 . 셜록 홈즈의 본고장 영국에서 올해의 작가상 을 수상한 인기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는 8년간의 집필 끝에 2011년 을 선보였다.

아서 코난 도일 재단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 작품은 셜록 홈즈의 부활을 알리며 이건 두말할 나위 없이 완벽한 셜록 홈즈다.(가디언), 코난 도일 재단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BBC 뉴스), 원작과 똑같이 멋지고 우아한 홈즈 소설!(파이낸셜 타임스) 등의 찬사를 받았고, 국내에서도 2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셜록 홈즈의 인기를 실감시켰다.

은 홈즈와 숙적 모리어티 교수의 맞대결을 그린 유명한 단편인 마지막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코난 도일은 마지막 사건 에서 홈즈가 폭포에서 추락사하는 것으로 결말을 내리며 시리즈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으나, 독자들의 원성이 이어지자 후속 작품을 집필하면서 홈즈가 폭포에서 떨어진 후 소설상의 시간으로 3년간 런던에서 잠적하여 세계를 유랑했던 것으로 설정한다.

홈즈의 이 공백기는 100여 년간 무수한 작가와 독자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다. 아서 코난 도일 재단의 공식 인정을 받은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는 대담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라이헨바흐 폭포 사건 직후의 런던을 궁금해했던 기존 홈즈 팬들의 갈망을 충족시킬 야심찬 탐정 소설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