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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그 삶과 음악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77바람이 들려주는 교향곡― 말러, 그 삶과 음악스티븐 존슨 글임선근 옮김포노 펴냄, 2011.1.15.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갑니다. 여름이 한껏 무르익은 칠월 막바지 들길을 자전거로 지나갑니다. 바람이 불면서 볏포기가 눕습니다. 바람이 멈추면서 볏포기가 섭니다. 바람이 다시 불어 볏포기는 다시 눕고, 바람이 이리저리 불면서 솨르르 솨솨 스스 소리를 냅니다. 자전거를 세웁니다. 들 한복판에서 바람노래를 듣습니다. 푸르게 일렁이는 물결이 펼쳐집니다. 눈으로는 푸른 물결을 바라보고, 귀로는 벼물결 소리를 듣습니다. 여름날 들에서 누리는 이 빛과 소리는 교향곡과 같구나 싶습니다. 들빛은 들노래로 되고, 들노래는 들빛이 됩니다. 서로 어우러지는 풀내음입니다... 말러는 특유의 격정으로 답했다. “아니요. 교향곡은 세계와 같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포용해야 합니다.” … 왜 말러를 설명하면서 ‘자기 몰입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매혹적’이라고 했을까? 그의 음악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아름답고 생생하게 극적이며 뛰어나게 창의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말러 음악에서 말러를 인식하는 동시에 우리 자신을 돌아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 (15, 16쪽) 볏포기가 그윽하게 노래를 베풀지만, 안타깝게도 풀벌레 노랫소리는 못 듣습니다. 아니, 군데군데 더러 풀벌레가 가늘게 노래를 합니다. 바로 어제그제 농협에서 항공방제를 했습니다. 이틀에 걸쳐 마을 들판 구석구석에 농약을 뿌렸습니다. 지난해와 그러께에는 친환경농약을 뿌린다고 했으나, 이제는 ‘그냥 농약’을 뿌립니다. 무척 무서운 농약을 헬리콥터를 띄워 샅샅이 아주 많이 뿌립니다. 이러다 보니 풀벌레와 개구리가 거의 모조리 죽습니다. 논에 우렁이를 푼 곳이 있지만, 우렁이도 농약을 먹고 죽습니다. 나비와 벌이 자취를 감춥니다. 잠자리도 많이 줄었습니다. 날벌레와 애벌레를 먹고 살아가는 새도 여러모로 줄어듭니다.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는 있으나, 이밖에 다른 노래가 거의 없습니다. 무척 스산한 여름입니다. 시원하거나 싱그럽지 못한 여름입니다. 새와 개구리와 풀벌레가 노래하지 못하는 시골 들판이라면, 이곳에서 어떤 열매가 자랄까 잘 모르겠습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간질이면서 찰랑거리기는 하나, 마을 언저리에서 나무를 구경하기도 어렵습니다. 마을 할매와 할배는 나무그늘을 싫어하기에 마을에 큰나무가 없습니다... 그는 평생 동안 이렇듯이 자연에 열중했다.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경치와 소리에 둘러싸여 작곡을 할 때 그는 가장 행복해 했다 … 아직까지 전해지는 이 작품들은 비록 가볍지만 앞으로 위대한 작품들이 탄생할 것임을 알리는 예고편이다. 이 곡들에서 이미 말러는 당대 표현 관습의 한계에 저항하고 있었다 … 슬픔은 말러가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해 주었다 .. (25, 35, 38쪽) 자전거를 달려 골짜기로 갑니다. 그나마 멧골에 농약을 뿌리지는 않았으니, 숲으로 깃들 적에는 풀벌레 노래를 듣습니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풀벌레입니다. 귀뚜라미가 멧길에서 폴짝폴짝 뜁니다. 그리고 이곳과 저곳에서 멧새가 지저귑니다. 마을과 들에서 듣지 못한 다른 노래를 듣습니다. 아이들과 골짝물에 온몸을 담급니다. 물이 흐르고, 바람이 불며, 나뭇잎이 서걱이는 동안, 풀벌레와 멧새가 웁니다. 바야흐로 큰 노래가 됩니다. 싱그럽게 살아서 숨쉬는 너른 교향곡이 이루어집니다. 땀으로 옴팡 젖은 몸을 골짝물로 씻고 나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스티븐 존슨 님이 쓴 《말러, 그 삶과 음악》(포노,2011)을 읽습니다. 지휘를 하고 교향곡을 쓴 말러라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말러라는 사람은 노래를 지으면서 “심판은 없다. 죄인도 의인도 없다. 대단한 것도 하찮은 것도 없다. 징벌도 보상도 없다. 벅찬 사랑의 느낌이 우리로 하여금 앎과 삶의 기쁨에 젖게 한다(75쪽).” 하고 글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그 누구도 이토록 오묘한 자연의 이면을 간파하지 못했어(95쪽).” 하고 말하기도 했답니다. 《말러, 그 삶과 음악》을 읽으면, 말러라는 사람이 노래를 지으려고 혼자 들어간 조그마한 오두막 사진이 있습니다. 참말 자그마한 오두막인데, 오두막은 숲 한복판에 있습니다. 오두막 바로 앞에는 아주 커다란 나무가 우뚝 솟았습니다. 말러라는 사람은 이곳에서 노래를 짓다가 곧잘 바닥에 크게 드러누웠다는데, 크게 드러누워야 땅이 들려주는 기운을 잘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지요... 이 해를 거의 빈 오페라 일에 매달려 보내면서 말러는 ‘세상의 소란’에 너무나 깊이 말려들어 있었다. 사랑과 음악과 조용한 땅에서의 평화에 자신을 내맡기고 싶어 하는 내용은 여름휴가가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말해 준다 … 제9번 교향곡에 죽음의 그림자가 떠돌긴 하지만 이것이 꼭 말러가 죽음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결말의 마지막 몇 마디에서 말러는 ‘우리는 아이들을 태양이 빛나는 언덕에서 다시 만나게 되리. 날씨 좋은 저 놓은 언덕 위에서’라는 가사를 담은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제4곡의 마지막 서정적인 프레이즈를 바이올린 선율에 실어 인용한다 .. (122, 194∼195쪽) 《말러, 그 삶과 음악》에는 시디가 두 장 함께 있습니다. 눈으로는 책에 적힌 이야기를 읽고, 귀로는 책에 깃든 시디를 틀어서 노래를 듣습니다. 말러라는 사람이 어떤 넋으로 노래를 지었는지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말러라는 사람이 가락에 담고 싶었다는 ‘숲노래’는 무엇이었을는지 가만히 귀여겨듣습니다. 어디에서 바람이 불고, 어디에서 풀이 울며, 어디에서 풀벌레와 새가 지저귀는지 찬찬히 생각합니다. 어디에서 물이 흐르고, 어디에서 물결이 일며, 어디에서 구름이 흐르는지 하나하나 짚습니다. 바람이 교향곡을 들려줍니다. 다만, 바람 혼자서 교향곡을 들려줄 수 없습니다. 바람을 쐴 풀벌레와 개구리와 멧새가 있어야 합니다. 풀을 아끼고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해님이 방긋 고개를 내밀고, 구름이 상긋상긋 웃으며, 비와 눈과 무지개가 골고루 어울려야 합니다. 달과 함께 별이 반짝이고, 아기를 달래는 어머니가 있어야 하며, 아이들과 숲놀이를 즐기는 아버지가 있어야 합니다.스스로 바람이 되어 노래를 짓습니다. 스스로 바람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노래를 듣습니다. 스스로 바람빛이 되어 노래를 부르고, 스스로 바람내음으로 거듭나면서 노래에 젖어듭니다. 4347.7.26.흙.ㅎㄲㅅㄱ(최종규 . 2014)
음악가 말러의 개인적인 삶과 음악인으로서의 생에 주목한 책이다. 말러만큼 음악이 개인적인 삶의 사건이나 경험과 깊이 얽혀 있는 작곡가는 드물다. 한 예술가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그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의 출신, 그만의 기쁨과 고통, 자신의 자아를 찾게 해준 세계에 대한 그의 ‘해석’ 이 어떠했는지를 설명해주는 이 책을 통해 말러의 음악이 더욱 감명 깊게 다가올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특별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다른 단점들을 기꺼이 눈감아주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이 모두가 그의 극적인 언동과 내면의 감동을 통해 말러의 음악을 사랑하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작곡과 지휘에 쏟아부었던 말러의 음악을 활자로 만나보자.

서문

제1장 삼중의 이방인
제2장 방랑자
제3장 부활
제4장 세계를 담은 교향곡
제5장 알마
제6장 행복한 가정과 ‘비극적’ 교향곡
제7장 에로스 찬미
제8장 파국
제9장 그대를 위해 살고 그대를 위해 죽으리

부록
책에 나오는 인물들
용어집
CD 수록곡 해설
비교연표
역자후기
참고문헌

안토니 비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연주한 수록곡 목록(2_CD)

CD 1

1. 교향곡 제5번 3악장: 스케르초 _ 19:36
Symphony No.5. Movement 3: Scherzo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Antoni Wit
폴란드 내셔널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안토니 비트

2.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제4곡: ‘내 사랑의 푸른 두 눈은’ _ 4:49
Leider eines fahrenden Gesellen. No. 4: Die zwei blauen Augen
Hidenori Komatsu, baritone; Hanover Radio Philhamonic Orchestra; Cord Garben
히데노리 고마츠, 바리톤; 하노버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코르드 가르벤

3. 교향곡 제1번 3악장: 끌지 않고 장엄하면서 차분하게 _ 9:59
Symphony No.1. Movement 3: Feierlich und gemessen, ohne zu schleppen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Michael Halasz
폴란드 내셔널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미카엘 하라즈

4. 교향곡 제3번 4악장: 아주 느리고 신비스럽게. ‘오, 인간이여, 조심하라!’ _ 9:35
Symphony No.3. Movement 4: Sehr langsam. Misterioso. O Mensch, gib Acht!

5. 교향곡 제3번 5악장: 활발한 속도와 대담한 표현으로 ‘세 천사가 노래 부르네’ _ 4:12
Symphony No.3. Movement 5: Lustig im Tempo und keck im Ausdruck. ‘Es sungen drei Engel’
Ewa Podles, contralto; Cracow Boys Choir; Cracow Philharmonic Chorus,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Antoni Wit
에바 포들레스, 콘트랄토; 크라쿠프 소년 합창단; 크라쿠프 필하모닉 코러스; 폴란드 내셔널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안토니 비트

6. 교향곡 제7번 2악장: 밤의 음악 _ 16:56
Symphony No.7. Movement 2: Nachtmusik I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Michael Halasz
폴란드 내셔널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미카엘 하라즈

7. 교향곡 제4번 4악장: ‘천국의 삶’ _ 9:34
Symphony No.4. Movement 4: Sehr behaglich. Das himmlische Leben
Lynda Russell, soprano;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Antoni Wit
린다 러셀, 소프라노; 폴란드 내셔널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안토니 비트

CD 2

1. 뤼케르트 가곡 제3곡: 이 세상은 나를 잊었네 _ 7:00
Ruckert Leider. No.3: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Hidenori Komatsu, baritone; Hanover Radio Philhamonic Orchestra; Cord Garben
히데노리 고마츠, 바리톤; 하노버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코르드 가르벤

2. 교향곡 제5번 4악장: 아다지에토 _ 12:03
Symphony No.5. Movement 4: Adagietto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Antoni Wit
폴란드 내셔널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안토니 비트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Kindertotenlieder

3.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제4곡: 얼마나 자주 나는 아이들이 잠깐 산책 나갔다고 생각하는지 _ 2:52
Kindertotenlieder. No.4: Oft denk ich...

4.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제5곡: 이 같은 날씨에,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 _ 6:40
Kindertotenlieder. No.5: In diesem Wetter
Hidenori Komatsu, baritone; Hanover Radio Philhamonic Orchestra; Cord Garben
히데노리 고마츠, 바리톤; 하노버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코르드 가르벤

5. 교향곡 제6번 제2악장: 스케르초. 묵직하게 _ 12:52
Symphony No.6. Movement 2: Scherzo. Wuchtig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Antoni Wit
폴란드 내셔널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안토니 비트

6. 대지의 노래 제2악장: 가을에 쓸쓸한 자 _ 8:56
Das Lied von der Erde. Movement 2: Der Einsame im Herbst
Ruxandra Donose, mezzo-soprano; National Symphony Orchestra of Ireland; Michael Halasz
룩산드라 도노세, 메조 소프라노; 아일랜드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미카엘 하라즈

7. 교향곡 제10번 제1악장: 아다지오 _ 26:23
Symphony No.10. Movement 1:Adagio
Polish National Radio Symphony Orchestra; Robert Olson
폴란드 내셔널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버트 올슨